그 아이와 말을 트게 된 건 조금 갑작스러운 일이었다. 우리 반은 2주마다 자리를 바꿨고 우연히 나와 그 아이는 같이 앉게 되었다.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며칠쯤 뒤, 그 아이는 내게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.

"너 ──지?"

그 아이는 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이름을 댔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.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누구나가 겪었을 법한 확인 작업이 이어졌다.

"그럼 ─── 알아?"

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. 물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기에. 사실 아무리 사교적이라도 같은 학년 육백여명의 이름을 다 알 수는 없지 않나. 게다가 그 아이는 자연계, 나는 인문계였다. "아니." 아마도 자연계 반이었던 이의 이름이리라 생각하고 나는 대답했다.

"─── 알아?"
"아니."

또 마찬가지였다. 어쩌면 난 그 때 내 은둔형 생활상을 혐오했을 것 같다.
잠시 후, 그 아이는 다시 입을 뗐다.

"…… 삼수생이세요?"

이건 아니잖- 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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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 얘기다. 퍼왔다.

내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놈.

난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. 아는 사람도 없고, 신경쓰는 사람도 없을테지만 나와의 대화를 들어본다면 내 입에서 '친구'라는 단어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. '(대)학교 사람', '고등학교때 알던 애', '어디어디에서 알게된 사람' 등, 보통 대명사로 지칭한다.

친구.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. 아무에게나 함부로 붙여주기 싫은 호칭. 개념을 새로고침 해 볼때마다 몇명씩 구성원이 바뀌긴 하지만 나에게 친구가 한자리수를 넘은적은 없었다. 그리고 이놈은 한번도 빼놓지 않은 고정멤버 중 하나.(물론 저쪽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계 없다. ...생각해보니 암울한데.)

위 글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, 현재 재수중이다.
61일 남았다. 공부해라 이것아.
Posted by 에페 :